이 대회는 베네수엘라의 우승으로 끝났다.
결승에서 미국을 3대2로 이긴 베네수엘라는 대회가 시작된 뒤 오랜 시간 끝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한국 대표팀은 큰 기대 속에 대회를 치렀다.
선수들은 미국 마이애미까지 가겠다는 마음을 세리머니로 보여줬다.
홈런이 나오면 두 팔을 펼쳐 비행기 날개처럼 표현했고, 마이애미를 떠올리게 하는 동작도 함께 했다.
하지만 기쁨과 아쉬움이 뒤섞인 채 대회를 마친 뒤,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미국 시범경기에서 다시 만났다.
두 선수는 마이애미에서 8강전을 치른 뒤 헤어졌고, 이후 훈련장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봤다.
김혜성이 먼저 달려가자 이정후도 반갑게 다가와 따뜻하게 인사를 나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대표팀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이정후는 처음으로 주장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경기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선후배들을 챙기고 감독진과 선수들 사이를 잇는 역할까지 해야 했다.
그래서 경기 결과뿐 아니라 팀 전체 분위기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컸다.
그는 8강전 패배를 매우 아쉽게 받아들였다.
특히 단순히 운이 없어서 진 것이 아니라, 팀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경험을 잊지 않고 다음 국제대회와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 꼭 살리겠다는 다짐도 함께 전했다.
논란이 된 판정 장면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애매한 아웃 판정이 있었지만, 그 장면 하나만으로 결과를 바꿔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만약 그때 살아 나갔다면 이후 흐름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결국 팀이 더 잘해야 했다는 생각이 더 크다고 돌아봤다.
상대 선발투수 공략이 쉽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정후는 상대 투수의 공이 시즌 때보다 더 좋아 보였고, 여러 타자가 공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경기 초반부터 흐름을 쉽게 가져오기 힘든 승부였다는 뜻이다.
함께 뛴 한국계 선수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어머니의 나라를 위해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진심으로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며, 말은 조금 달라도 마음은 모두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특히 힘든 순간에도 대표팀을 위해 뛰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다음에도 다시 함께하자는 약속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정후는 일정 문제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일본에서 경기를 치른 뒤 미국으로 긴 이동을 해야 했고, 시차 적응까지 겹치면서 선수들의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새벽에 도착한 뒤 짐까지 늦게 와 제대로 쉬지 못한 채 훈련에 나선 점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그는 이런 이야기가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실력 부족이라고 먼저 말했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는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더 좋은 환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대표팀에서 함께한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도 컸다.
특히 류현진과 한 팀으로 뛰어본 경험은 큰 의미로 남았다고 했다.
어릴 때 보며 자란 선배와 직접 대표팀에서 함께하며, 중요한 순간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꼈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던 고우석이 다시 도전을 이어가는 모습도 깊은 울림을 줬다고 말했다.
꿈을 위해 버티는 모습이 대단했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야구를 이어가는 현실도 존경스럽게 봤다고 전했다.
팬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도쿄와 마이애미까지 직접 찾아와 응원해 준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과 한국말로 함께 생활한 시간도 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됐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 대회를 마치며 자신의 유니폼에 대표팀 선수 전원의 사인을 받았고, 좋은 기운을 안고 시즌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혜성에게 이번 대회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다.
소속팀 시범경기에서는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국제대회에서는 기대만큼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원인을 자신의 실력과 마음가짐에서 찾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지면서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졌고, 그 욕심이 오히려 플레이를 무겁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대만전 장면은 오래 남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연장 승부에서 동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그 결과 팀이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김혜성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팀원들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게다가 도루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쳐 다음 경기까지 쉬어야 했던 점도 더욱 속상한 부분이었다.
다행히 몸 상태는 빠르게 회복됐고,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지금 김혜성의 가장 큰 목표는 개막 엔트리 진입이다.
팀 안에서 경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대회에서의 아쉬움을 오래 붙잡기보다, 당장 눈앞의 시즌 준비에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오타니 쇼헤이도 같은 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빠른 공과 안정된 투구로 좋은 내용을 보여줬다.
대회 기간에는 타자로만 뛰었지만, 소속팀에 돌아온 뒤 다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경기 뒤 그는 국제대회의 아쉬움과 시즌 준비는 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짧은 승부와 긴 시즌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이제는 팀의 우승을 향해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규정 변화와 팬들의 반응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새로운 경기 규칙은 보는 사람들에게 더 빠르고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세계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면 국제 기준에 익숙해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 리그가 어떤 야구를 선택할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선수에 대한 비난과 인격 모독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결과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프로라면 감수해야 하지만, 사람 자체를 공격하는 말은 야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수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도 함께 남겼다.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들에게 여러 감정을 남겼다.
누군가는 책임을 더 크게 느꼈고, 누군가는 자신을 돌아보게 됐으며, 또 누군가는 다음을 위한 동력을 얻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선수들은 그 시간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실패의 기억, 동료에 대한 믿음, 팬들에게 받은 응원,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이 이번 대회를 지나며 더 또렷해졌다.